밸류업 공시서 매입·소각 언급 없어
최근 임원 성과로 지급, 지배력 확대
[밸류加] 밸류업의 가치를 더하다. 주요 상장사의 밸류업 공시를 핵심 지표를 통해 살펴봅니다.
대신증권이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에 나섰지만, 발행주식 수의 25%에 달하는 자사주의 활용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 13일 밸류업 공시를 내고 오는 2030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별도 기준 배당성향 30~40% △자기자본 4조4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핵심은 배당이다. 대신증권은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목표 최소 주당배당금(DPS) 1200원 지급과 내년부터 4000억원 이내의 자본준비금 감액을 통한 비과세 배당으로 개인주주의 실제 배당수익률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자사주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현재 대신증권은 보통주 발행주식의 25.12%인 1275만3115주를 자사주로 보유 중이다.
보통주 23%를 자사주로 보유한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8월 밸류업 공시에서 오는 2026년까지 매년 자사주 1500만주를 소각하기로 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금융주의 주주환원 단골 소재”라며 “대신증권의 자사주 비중은 금융주 중 최고 수준인데 활용계획을 밝히지 않은 건 의외”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대 주주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활용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 대신증권은 양홍석 부회장에 9만9850주, 이어룡 대신그룹 회장에 6만2203주의 자사주를 상여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자사주 지급으로 양 부회장의 지분율은 10.68%까지 올랐다. 어머니인 이어룡 회장(2.79%)과 양 부회장의 누나, 자녀 등 친인척 지분(2.05%)까지 모두 합치면 오너가의 지분율은 15.52%다.
유통 주식 물량에 대입하면 전체 오너가의 지분율은 22.2%까지 늘지만 통상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여겨지는 30~35% 지분에는 못 미친다. 다만 대신증권이 밸류업으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상여 명목의 자사주 지급을 이어갈 시 양 부회장의 지분율은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을 확대 및 활용해야 하는 증권업의 특성상 자본 활용 여지를 없애는 자사주 소각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며 “당사는 임원 성과급 및 우리사주제도(ESOP) 등으로 자사주를 활용 중이며 현재 구체적인 계획이 잡혀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신증권은 지난 21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보통주 1주당 1200원, 우선주 1250원, 2우선주 12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주요 안건 중 하나였던 ‘자본준비금의 이익잉여금 전입’도 통과시켜 추후 비과세 배당이 가능해졌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