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하락에도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최상단을 유지 중인 삼성화재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올 1분기 킥스비율은 266.6%로 전분기 대비 2.1%포인트(p) 개선됐다. 이 기간 후순위채 등으로 부족한 자본을 채운 회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킥스비율이 홀로 상승<표 참조>했다.

<관련 기사: 2025년 6월 24일자 본지 보도, 삼성화재, 금리 하락 속 킥스마저 ‘초격차’> 

금리변동에 강한 자산·부채 종합관리(ALM) 전략이 성패를 갈랐다. 삼성화재는 부채 듀레이션(민감도) 대비 자산 듀레이션이 긴 회사로 꼽힌다. 단순 부채 듀레이션이 짧은 회사는 더 있다. 만기가 짧은 저축성보험 중심의 회사 등이다. 핵심은 같은 상품도 어떻게 팔아왔느냐다.


부채 관리 핵심은


금리 하락은 장래 계약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의 현재가치를 키운다. 갚아야 할 돈은 늘었는데 시중금리가 낮으니 마땅한 자산운용처를 찾긴 더 어렵다. 삼성화재는 금리에 덜 흔들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게 주효했다. 보험금 지급 시점이 짧고(갱신형), 금리 변동에 유연한(금리연동형) 상품의 비중을 높인 결과 타사대비 부채 민감도를 낮출 수 있었다.

상당히 먼 미래까지 보험금 지급을 준비해야 하는 보험사에겐 최적의 ALM이다. 20년 뒤 자식에게 줄 학자금이 필요한 사람과 3년씩 여행 경비가 필요한 사람이 금리 하락에 따라 준비할 저축의 양이 다른 것과 같다. 

단, 금리연동형 부채는 양날의 검이다. 금리 하락기의 경우 하방압력의 마지노선이 될 2~3%대의 최저보증이율만 지키면 자산운용 부담이 적다. 반대로 금리 상승기엔 할인율 측정 기준인 ‘국고채 수익률+유동성프리미엄’ 대비 더 높은 운용수익을 거둬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부채가 금리에 연동한 탓이다. 즉, 삼성화재는 금리리스크가 상승에 위치해 있다.  

보험사가 단기간에 부채 듀레이션을 줄이긴 어렵다. 무엇보다 새로 판매하는 상품을 통한 갱신형, 연동형 부채로의 비중 조절은 점진적이나 금융당국이 보험부채에 적용하는 할인율을 현실화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재무 및 건전성 회계 변화를 준비하지 못한 보험사가 ‘제도 탓’만 하는 이유다.

보험부채 할인율에 적용되는 관측구간 내 금융당국이 정하는 예상금리 수준(장기선도금리)은 4.30%로 여전히 시중금리보다 높다. 당국은 꾸준한 할인율 하향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킥스 도입 이전부터 준비된 저금리 중심의 ALM 전략이 삼성화재에 유리한 고지를 안긴 셈이다. 


남다른 킥스 완충력


장기보장성보험 판매 위주의 보험사는 팔수록 요구자본 내 생명·장기위험액이 커진다. 저금리 상황에선 돌려줄 보험금 규모가 증가하며 위험액은 더 늘어난다. 삼성화재가 다른 건 금리상승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금리 하락 시 요구자본을 구성하는 다른 항목인 금리위험액이 오히려 감소한다. 똑같은 상품을 팔아도 전체 요구자본 상승이 다른 보험사 대비 제한적인 배경이다. 

요구자본을 감당하는 가용자본의 경우 올 1분기 기준 54%를 차지하는 이익잉여금 규모가 삼성화재의 높은 킥스비율(가용자본/요구자본)을 결정하는 요소다. ALM 전략에 따른 기타포괄손익누계액 관리가 경쟁사 대비 우월한 건 사실이나, 비중으로 따지면 10%에 미치지 못한다. 

이익잉여금은 순이익서 비롯된다. 작년 8000억원의 자본반출(배당)에도 2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이 이를 커버했다. 덕분에 금융당국이 규제를 예고한 기본자본킥스비율 역시 킥스비율(267%)만큼이나 높은 168%를 기록하고 있다. 가용자본 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빼더라도 실질 자본력으로 요구자본의 1.7배를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는 저금리 상황서 ALM 미스매칭 확대로 가용자본은 줄고, 요구자본은 늘어난다. 킥스비율이 하락하는 이유”이라며 “반대로 삼성화재는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보다 짧아 가용자본은 늘고, 요구자본 내 금리위험액 상승은 타사보다 제한적이다. 이에 만기가 긴 상품을 팔더라도 ALM 부담이 타사보다 덜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금리하락 리스크에 위치한 보험사는 현재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마이너스(-) 상태거나 매분기 감소 폭이 상당하다.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가용자본의 총량을 늘려 킥스비율을 메우는 형편인데, 문제는 조달비용이 기본자본인 이익잉여금을 갉는다. 이는 킥스비율 규제만 맞추려고 청산 시 계약자에게 지급할 순도 높은 자본을 빼먹는 일이다.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기본자본킥스비율 규제가 필요하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여전히 만기가 긴 상품 위주의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최근 유행하는 치매·간병보험이나 환급형 종신보험 등이다. 이런 상품은 부채 듀레이션을 늘리고, 요구자본 내 생명장기 및 시장위험액을 키운다. 하지만 가용자본 내 CSM도 함께 증가하며 킥스비율상 표면적인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매년 보험사에 ‘계리가정 변동→CSM 감소→킥스비율 하락→자본성증권 발행’이라는 고리가 만들어지는 배경이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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