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훈 원장대행, 보험사 CEO들과
자산·부채 관리강화 업무협약 체결
6월말 대비 9월·12월 듀레이션 갭
유의적 악화 땐 판매전략 수정 요구
금융감독원이 자산·부채 듀레이션(실질 만기) 관리가 미흡한 보험사에 장기보험 판매를 제한하는 강수를 뒀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금감원은 이세훈 원장대행(수석부원장) 주관으로 ‘보험회사 자산·부채 듀레이션 관리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서명을 받았다.
이는 지난 1일 보험산업 건전성 T/F 제1차 회의에서 언급된 자산·부채 관리(ALM) 강화 등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협약서에 의하면 보험사는 금리 하락이나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가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자산·부채 듀레이션 관리에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듀레이션 갭을 악화시키는 무분별한 장기보험 판매 경쟁을 자제하고, 건전한 모집 질서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한다.
또 듀레이션 갭을 분기별로 자체 점검해 올해 6월 말 기준보다 9월 말, 12월 말이 ‘유의적’으로 악화한 경우 개별적으로 판매 전략을 조정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현재 감독당국은 듀레이션 갭의 유의적 악화에 대한 판단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한 보험업권의 의견수렴 및 각사별 듀레이션 갭 관리 기준을 오늘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보험사마다 자산·부채 듀레이션에 대한 산출 방법이 조금씩 다른 탓이다.
이번 업무협약에 따라 자산·부채 듀레이션 불균형을 겪는 보험사는 당장 보험영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채 듀레이션 감소를 위한 단기적 처방으로는 장기보장성보험 판매를 줄이거나, 만기가 짧은 갱신형 상품 위주의 판매가 거론된다.
최근 보험사마다 판매에 열을 올리는 장기보장성보험은 긴 만기 구조로 부채 듀레이션이 늘어나는 요인이 된다. 이로 인해 요구자본 구성항목인 생명장기위험액 및 금리위험액이 커진다. 여기에 금리하락에 따른 자산평가액 감소(기타포괄손익누계액 감소)까지 더해지면 보험사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 킥스)비율은 크게 악화한다.
문제는 만기가 긴 보장성보험일수록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용이하다는 점이다. 즉 ALM 관리가 엉망인 회사라도 장기보장성보험 판매로 가용자본인 CSM이 늘면 킥스비율서 발생하는 문제를 표면적으로 인식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기본자본 항목이고, 미실현이익인 CSM은 보완자본이다. 결국 ALM 관리 없이 보장성보험 판매에 매진하는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은 모래성과 같다는 게 리스크 관계자들의 평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듀레이션 산출 방법론에 보험사마다 차이가 있어 통일성이 필요하고, 아직 금융당국의 조직체계 정비가 이뤄지기 전”이라며 “이번 업무협약의 관건은 강제성이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건전성 T/F 1차 회의 당시 할인율 현실화에 대한 속도 조절을 시사한 바 있다. 저금리에 따른 킥스비율 하락이 심화하자 최종관찰만기 확대 여부 등에 시기 조절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대신 ALM 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부채 듀레이션 규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 논의됐다. 당국은 최근 금리하락에 따른 보험사 건전성 악화가 자산·부채 듀레이션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라고 본다.
자산·부채 듀레이션이 일치하는 경우 이론적으로 시장금리 변동이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자산 대비 부채 듀레이션이 더 긴 대다수 국내 보험사는 금리하락 시기에 부채가 자산보다 훨씬 크게 늘며 킥스비율이 악화한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