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 명인 “섬진강 압록서 잡은 참게가 가장 맛나”
5~6월 산란철 지나 11월 민물에 올라올 때가 제철
식품명인은 전통 식품의 활성화와 계승 발전이 주된 목적이다. 해당 분야에 오래 종사하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 중에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각각 선정하고 있다. 해당 영역에서 장인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영광스러운 호칭이라고 볼 수 있다. 해양수산부에서 지정한 수산식품명인은 현재까지 모두 14명이다. 그중 두 사람의 식품명인을 해양수산부에서 후원한 코리아씨푸드쇼에서 만났다. 식품명인체험홍보관(관장 조윤주)이 주관한 수산식품명인 체험행사에서 두 명인은 각자의 지정품목인 참게장과 새우젓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참게장은 희소성과 귀한 맛을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새우젓은 흔하지만 독특한 방법으로 만든 명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오늘은 신선한 수산식품명인의 이야기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편집자주>
값비싼 식재료다.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의 생태계가 잘 보전된 지역에서나 찾을 수 있다. 특히 하구에 댐이 없어야 한다. 시멘트와 콘크리트 블록으로 강변이 정리돼 있어도 안 된다. 그래서 섬진강처럼 강 전체가 살아 있는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생물이다.
참게 이야기다. 산란기에 바다로 나가고, 산란 이후에 민물로 찾아 올라온다. 그러니 항상 만날 수 없다. 바닷게(꽃게)보다 크기가 작고, 껍질도 두껍고 단단하다. 그 덕분에 껍질의 단단함을 표현하는 속담도 갖고 있다. “정월 참게는 소가 밟아도 안 깨진다.” 그런데 이렇게 껍질이 단단해야 참게가 맛있다고 한다. 먹기에는 불편하지만 말이다.
이달 초 참게로 식품명인이 된 김혜숙 명인을 만났다. 해양수산부에서 기획한 박람회(코리아씨푸드쇼)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된 체험행사였다. 김 명인은 값비싼 참게를 어렵게 구해 와 20명 정도의 체험객에게 참게장 만들기를 시연하고 체험객들에게 참게장을 설명했다.
참게는 5~6월이 산란철이다. 암컷은 바다로 나가고 수컷이 주로 강을 지킨다. 그리고 가을에 바다에서 참게가 올라온다. 그래서 참게의 제철은 가을이다. 김혜숙 명인은 행사를 위해 며칠을 수소문해서 참게를 구해 시연 행사를 가졌다. 귀하기도 하고 가격도 비싼 식재료이다 보니 명인의 설명에는 참게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겼다.
참게는 20세기 후반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추억으로 남아 있는 생물이다. 그 시절에는 논이나 작은 하천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덕분에 붙여진 이름 중에는 ‘논게’라는 별칭도 있다. 유소년 시절을 농촌에서 보낸 사람들은 참게잡이의 기억도 뚜렷하다. 가을에 수숫단을 강기슭이나 논두렁에 갖다 놓으면 밤에 참게들이 물 밖으로 나와 수수로 모여든다. 이때 불을 밝혀 통에 주워 담았을 정도로 흔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김 명인이 자랑하는 섬진강 참게도 요즘은 구하기 힘들다. 구할 수 있어도 가을 한철이다. 가격도 마음의 각오를 해야 한다. 1kg에 6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참게장의 맛을 아는 사람들에겐 가격은 숫자에 불과하다. 꽃게가 갖고 있지 않은 진한 참게의 향이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말할 때 맛보다 향을 먼저 꺼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참게는 향이 먼저다. 크기가 작아서 살도 별로 없다. 게다가 껍질이 단단해 집게 발가락을 깰 때는 치아 걱정도 해야 한다. 시쳇말로 밥 먹는데 노동력이 너무 많이 드는 반찬이다. 그런데도 참게장의 맛과 향을 아는 사람들에겐 노동도 견딜 추억의 음식이다.
김혜숙 명인이 참게로 수산식품명인이 된 것은 2018년이다. 전남 곡성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참게장을 만들어 왔다. 보성강이 흘러 섬진강을 만나는 곳이 압록이다. 예전부터 이곳의 참게가 유명했다고 한다. 김 명인은 바닷가와 가까운 지역에서 나는 참게보다 압록에서 잡은 참게가 더 맛있다고 말한다. 비린내가 덜 난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먼 곳 가까운 곳 가릴 것 없이 구하기 힘든 참게지만 말이다.
참게장 담는 법을 설명하면서 김 명인도 자주 참게의 ‘향기’를 말한다. 참게장에 넣을 간장을 각종 채소와 함께 끓여 식힌 뒤 참게 위에 부으면 한 시간쯤 후 참게의 향이 올라온다는 것이다. 참게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마치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홍차와 마들렌을 연상시키는 설명이다.
이날 체험행사장에서 김 명인의 참게장 시연에 따라 직접 참게장을 담가 봤다. 김 명인은 미리 참게를 구해 깨끗한 물에 씻어 왔다. 살아 있는 참게다. 거품이 많았다. 김 명인은 개펄이나 흙을 충분히 빼야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거품이 많아야 깨끗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게장의 간장은 조선간장(집간장)을 써야 한다. 간장에 고추와 생강, 마늘, 대추, 다시마, 양파, 표고버섯, 대파, 댓잎을 넣어 준다. 생강은 많이 쓰면 좋다고 한다. 그만큼 비린 맛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간장은 3~7일에 한 번씩 모두 3번을 다린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숙성 시켜 먹는데, 요즘 같은 여름에는 꼭 한 달을 지키지 않아도 좋다고 김 명인은 말한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