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천억 발행 예고
배당가능이익 측면서
우량 보험사 인증 및
규제 대응 효과 ‘톡톡’

DB손해보험이 4000억원 규모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다. 발행 시기는 오는 9월 초로 예고된다. 업계는 우호적인 발행 환경이 조성됐다고 본다. 무엇보다 기본자본으로 인정받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자체가 까다로운 탓에 우량 보험사의 ‘유니크’한 채권 물량이 풀리는 신호로 업계는 해석한다. 

<관련기사: 2025년 7월 22일 본지 보도 ‘[단독]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1호' 발행 보험사는 DB손보’>

그간 30년 만기, 5년 콜옵션(조기상환)을 전제로 발행한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이 보완자본으로 분류된 건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내에서 이자지급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상환 촉진 요인인 스텝업(Step-Up)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DB손보가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건 상당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기본자본으로 인정받는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이자지급 재원인 배당가능이익의 규모나 소멸 가능성이 인수계약서상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콜옵션 시점인 최소 5년간 이자지급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한 배당가능이익이 존재하는 보험사라는 증명이 된다. 현재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발행 여력이 있는 보험사로 DB손보를 포함해 삼성생명,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정도가 꼽히는 이유다.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일로부터 10년 뒤 100bp(1bp=0.01%p) 수준의 금리가 가산되는 스텝업 조건도 없어야 한다. 지급여력(K-ICS, 킥스)제도상 자본성증권이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으려면 중도에 상환될 것이란 투자자의 기대를 유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스텝업 조건의 부재는 만기가 영구적(30년)인 신종자본증권 투자자에 불안 요소다. 다만 5년 뒤 콜옵션 행사를 전제로 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서 10년 후 스텝업에 대한 실효성은 낮다는 평가다. 오히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채 5년물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다. 

회계상 후순위채는 부채,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분류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자본으로 분류된 신종자본증권은 자산듀레이션(만기)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이에 기본자본킥스비율뿐만 아니라 ALM(자산·부채종합관리) 측면에서도 규제 대응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는 우량 보험사가 발행하는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의 첫 케이스라는 특별함이 물량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DB손보의 후순위채권 신용등급을 ‘AA0’서 ‘AA+’로 상향한 바 있다.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신용등급이 후순위채 대비 2노치(notch) 하향하는 만큼 발행 채권의 신용등급은 ‘AA-’일 가능성이 크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무보증 금융채(은행 외) ‘AA-’ 등급 5년물과 7년물의 시가평가수익률은 각각 3.3%, 3.8% 수준으로 발행 시점의 금리 메리트 역시 높다는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보다는 물량을 어느 정도 확보할지가 관건인데 9월 초면 수요가 좋은 상황”이라며 “(신용)등급도 높고 최근 발행 물량이 없는 상태라 증액 발행도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DB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은 204.7%로 가용자본은 20조326억원, 요구자본은 9조7883억원이다.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의 이자지급 정지가 발생하려면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거나 킥스비율이 100% 미만인 부실금융기관 지정의 상황이어야 한다. DB손보의 경우 킥스비율 기준으로 가용자본이 일시에 10조원 이상 증발하는 경우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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