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매도 의견 0.2%에 그쳐
“투자자·기업 눈치에 독립성 약화”

국내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가 여전히 ‘매수’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상충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외국계 증권사와 달리 국내 애널리스트는 증권사 직원으로 회사 수익 창출 압력에서 벗어 객관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리포트를 발행하는 국내 증권사 30곳의 올해 상반기 ‘매수’ 의견 평균은 92%로 집계됐다. 중립은 7.8%, 매도 비율은 0.2%에 불과했다.

이중 한양증권은 중립과 매도 없이 ‘100% 매수’ 의견을 내기도 했으며, 교보증권 매수 비율도 99.3%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달리 외국계 증권사 11곳의 투자의견은 국내 증권사보다 분별력이 있는 모습이다. 매수 의견이 59.5%로 많은 편이나 중립과 매도도 각각 29.2%, 11.1%로 두 자릿수 비율을 보였다. 

국내 증권사가 유독 ‘매도’ 의견에 인색한 건 ‘이해상충’ 영향이 컸다.

한 국내 증권사 리서치팀장은 “국내에서 기업들 매도 의견을 내는 게 부담이 많이 되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며 “매도 의견을 낸 후 주가가 오르면 개인 컴플레인 등 후폭풍이 크고, 국내 기업과 애널은 비즈니스로 얽힌 악어와 악어새 같은 느낌이라 독립적인 글로벌 투자은행(IB)과 달리 부정적인 투자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김준석 자본시장 선임연구위원이 발간한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을 살펴보면 국내 애널리스트 투자의견에서 매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67%에서 2010년대 89%로 증가했고 2020년대에는 93%에 이른다. 애널리스트 낙관적 편향이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누적된 모습이다.

리서치 관행에 관한 당국의 관리·감독도 부족한 실정이다. 앞서 지난 2023년 4월 금융감독원은 리서치 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회의를 여러 차례 가졌다. 업계 의견을 수렴해 독립 리서치를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관행 개선에 나섰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당국 관계자는 “관련된 사항은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시장상황, 업계 관행 등 굉장히 복잡한 이해관계가 섞여 있고 현재도 애로사항을 성취하거나 간담회를 진행하며 고민을 지속하고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리포트 매수 쏠림 현상의 고착화는 결국 증권사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공하는 정보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전제로 하는 애널리스트 역할이 위축되면서 투자정보 공백이 커지고 결국 정보 비대칭 증가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애널리스트들은 앞서 지난해 7월까지 삼성전자 주가 전망을 10만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당해 8월5일 블랙먼데이를 기점으로 주가는 5만원까지 반토막 났다. 이 과정에서 연구원들은 ‘6만전자’까지 내려가자 9월부터 목표주가를 줄하향하기 시작했다. 단 매도 의견은 없었다.

대한금융신문 김세연 기자 seyeon723@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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