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자금 빼돌린 영업점 PB들
수년간 반복돼…금감원 조사선
2140회 달하는 이상거래도 방치

2025년 11월 19일 10:29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잇따른 고객자금 유용 사고로 한국투자증권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꾸준하고 반복적으로 이어져 온 PB들의 일탈은 내부통제 체계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배경이 된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의 강남지점 직원이 고객 돈 수억원을 빼돌려 도박 자금에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피해 고객은 1명 이상이고, 피해액 역시 수억원대로 추정된다.

<관련기사: 2025년 11월 5일 본지 보도, 한투증권 직원 고객돈 수억원 빼돌려 도박>

한투증권의 고객 자금 편취 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영등포지점 차장은 출금 신청서를 위조해 약 17억원을 횡령, 같은 해 창원지점 직원은 고객 돈으로 파생상품 등에 투자했다가 약 30억원 규모 손실을 입혔다. 다음 해인 지난 2015년 강서지점 차장은 투자를 명목으로 고객들에게 20억원을 받은 뒤 잠적했다.

대전 PB센터 직원은 지난 2013년 11월~2017년 1월까지 3년 넘도록 고객 10명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서 약 1억원을 무단 인출했다. 이어 고수익 투자를 미끼로 33명에게서 13억원을 추가 편취하는 등 총 피해액 규모는 14억원대에 달했다. 이 직원은 횡령·사기 혐의로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았으며 각각 징역 1년 8개월, 2년의 실형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금융감독원 조사를 통해 △△PB센터 차장이 일임계좌 간 채권 거래로 특정 고객에게 이익을 몰아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 직원은 지난 2018년 6월부터 2022년 9월까지 4년이 넘도록 2140회, 총 339억9900만원 규모의 거래를 반복, 이 과정에서 국고채 등 채권을 저가에 매수한 직후 고가에 매도(또는 고가매도 직후 저가매수)하는 방법으로 16명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히고 4명에게 4200만원의 이익을 제공했다

업계는 영업점 PB에 대한 한투증권 내부통제 체계의 구조적 취약성이 노출됐다고 지적한다. 대전 PB센터 사건은 3년 이상, 10개 계좌에서 지속적인 부정 인출이 발생했다. 채권 계좌 간 거래 사례 역시 4년간 2140회에 걸쳐 이뤄졌지만, 회사는 이를 적시에 포착하지 못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사고가 반복된다면 내부적으로 의심 거래 시나리오를 추가해 감시를 강화하는 등 여러 선제적 조치를 꾸릴 수 있다. 사고 이후에도 유사 사례가 이어진다는 건 기본적인 점검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PB가 회사 지위를 이용해 고객 자금을 받았다면 회사 역시 책임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말했다.

직원 관리 측면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사고는 직원의 도박 문제나 고객 돈을 PB 계좌로 거래하는 등 PB 개인의 리스크가 장기간 방치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다.

타사는 직원에 대한 통상적인 윤리 교육뿐만 아니라 고객 자산을 PB 개인의 리스크에서 원천 차단할 방지책을 함께 운영한다. 일례로 한 대형 증권사는 직원의 급여 압류나 월급 차감에 대한 사유가 생기는 등 법적 문제가 외부로 확대될 경우 해당 PB를 영업점 대면 업무서 배제하는 강수를 둔다. 

영업점에 대한 내부통제 취약성은 금융감독원의 제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1월 한투증권은 계열사 발행증권의 투자일임재산 편입 한도를 위반한 사실로 제재를 받았다. 한투증권 PB센터 세 곳은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4개 계좌의 투자일임재산을 운용하면서 계열사 주식을 개별 일임재산 총액의 50%를 임의로 초과 편입시켜 자본시장법을 어겼다.

올해 4월에는 PB센터의 펀드 불완전판매로 기관경고 처분을 받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PB센터는 사모펀드 등 상품을 판매하면서 적합성 원칙, 투자성향 파악 전 투자권유 금지 의무, 투자성향 관련 정보 파악 의무, 투자자정보 유지·관리 의무, 금융투자상품 판매 시 중요사항 누락 등에 따른 설명의무 등을 위반했다.

A PB센터 직원 17명은 지난 2018년 6월부터 2020년 1월까지 18건(30억2000만원)의 판매 과정에서 투자성향 검증과 설명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B PB센터 직원 3명도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일반 투자자에게 초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투자성향을 파악하기 전에 투자권유를 한 사실이 있다. 

C PB센터 직원 10명은 2018년 6월부터 약 1년 5개월 간 일반투자자 10명(11건, 17억8000만원)에게 000등의 상품을 판매하면서, 기존에 고객이 작성한 투자자정보 유효기간이 만료돼 이를 면담·질문 등을 통해 새롭게 파악해야 함에도, 유선으로 기존 투자성향과 동일하게 연장하겠다고 단순 안내 후 연장하거나 부실하게 파악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사고 발생 시 직원 관리·감독 절차를 강화해 왔고, 이번 사안도 조사가 마무리되면 재발 방지를 위해 적용 가능한 관리·감독 조치를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라며 “영업점 대상으로 한 현장점검 및 윤리 교육도 연 100회 이상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이 실시한 2024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한투증권은 ‘미흡’ 평가를 받았다. 이번 평가는 기존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여부뿐만 아니라, 해당 통제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까지 중점적으로 살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대한금융신문 김세연 기자 seyeon723@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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