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유상호 사장, 고객 돈 유용 줄잇자
신용점수 낮은 PB 직무배제까지 공언했지만
유야무야 없던 일로…5년 순환제로 마무리

(사진=한국투자증권)
(사진=한국투자증권)

PB의 고객 돈 유용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투증권이 8년 전 이를 막을 고강도 쇄신안을 만들었다가 스스로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투증권은 지난 2016년 말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용등급 조회를 진행했다. 신용등급(현행 신용점수)이 낮은 영업점 직원은 금융 사고를 일으킬 유인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당시 신용등급이 낮은 직원은 고객 접점 근무를 배제하고 사고 개연성이 낮은 부서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유상호 한투증권 사장이 지난 2017년을 금융사고 제로(0)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한투증권은 PB의 연이은 고객 돈 유용 사고로 소비자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 당시 한투증권 강서점과 여수충무점에선 2016년에만 20억원 45억원의 돈 유용 사건이 발생했다.

한투증권은 고강도 쇄신안을 만들고도 일부는 적용하지 않았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용점수를 조사했지만, 점수가 낮은 PB를 일선 영업점에서 배제하지 않았다. PB를 금융 사고 개연성이 낮은 부서에 배치하겠다는 계획도 지키지 않았다.

결국 한투증권은 5년 이상 근무한 PB를 다른 지점으로 발령하는 선에서 쇄신을 마무리했다. PB가 이동하면 고객과 관계가 끊기고, 사적 거래를 할 고리가 끊긴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PB가 타 지점으로 이동할 때 KPI(핵심성과지표) 불이익을 감수하면, 본인이 관리하는 고객 계좌 일부를 선택해 가져갈 수 있게 하고 있다. 지점을 옮겨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후 한투증권에선 PB의 위험 상품 불완전판매(2018~2020년), 채권 매매 이익 몰아주기(2018~2022년) 등 금융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5일에는 서울 강남 소재 영업점의 PB가 고객 돈 수억원을 빼돌려 도박 자금에 썼다가 적발됐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신용이 낮은 PB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면 고객 돈 유용 사고 등을 줄이는데 영향을 줬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권 등 이슈로 제도를 적용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투증권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개인 신용등급 조회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신용등급 문제 가능성이 있는 직원의 경우 최대한 업무에서 배제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리테일 부문에서 사고가 잇따르자 또 한 번 사장 직속의 소비자보호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개인고객그룹장과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 PB전략본부장 등을 핵심 인력으로 부당 행위 근절을 위한 내부 감시체계를 만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대한금융신문 최석범 기자 csb@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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