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보험회계(IFRS17) 도입 2년차지만 여전히 논란이다. 언론에서는 미실현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믿을 수 없다는 기사를 연일 쏟아낸다. 골자는 ‘보험사는 변한 게 없는데 이익만 늘었다’는 것이다.

회계 언어가 바뀌었다. 대체 무엇보다 이익이 부풀려졌다는 건가. 이익이 늘어난 게 아니라 인식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대상은 이제 없다. 사상 최대 이익이라지만 새 회계장부에서는 처음 발생한 이익일 뿐이다.

이전 보험회계(IFRS4)는 당해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출을 빼는 현금출납부 수준에 그쳤다. 장기간 보험료를 받고, 이보다 더 긴 기간 동안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의 특성을 보여주기 어려웠던 이유다.

신계약비 이연상각 제도가 대표적이다. 보험사는 보험료 납입기간에 걸쳐 신계약비를 균등하게 수취하는데, 실제 집행은 판매초기에 이뤄지는 불일치를 해소하고자 7년에 걸쳐 인식하도록 만든 제도였다.

쉽게 말해 아직 다 받지도 않은 보험료에서 지출을 인식했다. 결과적으로 매출이 늘면 손실이 커지는 기이한 구조가 탄생했다. 물건을 팔수록 손실을 봤다는 보험사의 회계장부를 믿을 수 있겠는가.

반대로 현행 회계에서 보험사간 과열 경쟁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신계약비 인식의 평탄화는 상당히 합리적이다. ‘예상 보험료 수입 - 예상 보험금 지출 - 예상 신계약비 = 미실현이익(CSM)’을 통해 당해 보험료 수입이 얼마나 이익이 될 지 바로 알게 된다. 

낙관적 가정으로 CSM을 부풀렸다 해도 실제와 다르다면 즉시 손실로 당기손익에 반영한다. 뒤틀린 가정은 신계약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단기납 종신보험을 대거 판매한 회사는 올 1분기 CSM이 후퇴했다. 신계약에 적용된 가정 변동이 ‘신계약 CSM 감소 → CSM 순감’의 흐름을 만든 것이다. 현행 회계의 자정 기능이다.

그럼에도 보험사의 자의적 가정이 포함된 CSM 산출에 의구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이익을 반영할 땐 할인율을 없애자는 최근 논란은 그저 이익을 ‘N빵’할 뿐이다. 당장 보험사서 보이는 순익이 불편한가. 이익은 큰데 세수는 적어서 나온 불만일까.

이복현 원장은 ‘밸류업 세일즈’를 위해 뉴욕 IR에 삼성생명과 현대해상을 데려갔다. 자국 내 회계언어에 대한 불신 기류가 이토록 강한 상황에서 해외투자자가 국내 보험사의 밸류업 약속에 과연 진정성을 느꼈을지 의문이다. 

“한국 금융시스템은 선제적으로 손실 흡수력을 확충해 온 결과…충분한 위기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라는 이 원장의 개회사를 되짚어보자.

IFRS17과 함께 도입된 신 지급여력제도(K-ICS)로 살펴보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지 못한 보험사가 수두룩하다. ‘경과조치’ 뒤에서 빚으로 자본을 연명하는 보험사엔 경영개선에 대한 요구(적기시정조치)조차 거론되지 않는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조단위 자금수혈을 했지만 해결책이 안 보인다. MG손해보험 매각엔 예금보험공사가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금융사의 자본관리 없이는 혈세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방증이다.

금융당국이 진정 금융소비자를 생각한다면 부채에서 눈을 떼고 자본을 엄격히 들여다볼 때다.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보험사엔 10년이라는 유예 기간을 주면서, 회계 안착에는 2년도 채 기다리질 못하는가.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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