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계 변동에 따른 첫 결산 정기공시가 나오면서 지난해 지급여력비율(K-ICS) 성적표가 공개됐다. 본지는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RAAS) 내 자본적정성 평가에 초점을 맞춰 보험사의 자본여력을 들여다봤다. 경과조치 적용을 배제한 다소 투박한 가정을 사용했다. 결국 경과조치는 당장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돌려줄 능력이 충분치 못한 회사에 일정 기간의 유예를 준 것일 뿐이다.


2024년 5월 29일 10:54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RAAS 내 자본적정성 평가가 중요한 건 종합평가등급과 관련 없이 자본적정성만 미흡해도 그 즉시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자본적정성 평가는 지급여력비율(킥스비율)보다 더 타이트한 자본관리에 중점을 둔다. 총 3가지 요소로 나뉘는데 지급여력비율,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 자기자본지급여력비율 등이다. 각각 각각 40%, 40%, 20%의 가중치가 부여된다. 

즉 자본의 품질이 높다고 평가되는 기본자본이 자본적정성 평가의 80%를 좌우하는 중요 지표다. 기본자본이 미흡한 보험사는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려운 구조다.

RAAS에서 규정하는 중형사(총자산 10조~50조원) 기준으로 킥스비율이 권고치인 150%를 하회하는 보험사는 △ABL생명(130.0%) △KDB생명(56.7%) △IBK연금보험(80.1%) △푸본현대생명(23.9%) 등 총 4곳이다. 

킥스비율 150% 미만인 보험사가 RAAS평가에서 3등급 이하를 받게 되면 집중감시, 4등급 이하는 비상감시 단계에 돌입한다.

실상 4개사 가운데 집중감시 이상의 고강도 점검이 필요할 만큼 기본자본마저 악화된 보험사는 ABL생명을 제외한 KDB·IBK·푸본현대생명 등 3개사로 추려진다. 

전체 지급여력금액에서 기본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4.9%, -3.9%, -108.9% 등으로 절반은커녕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곳도 있다. 자본의 질이 현격히 떨어지는 보완자본으로 킥스비율을 연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3개사의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기본자본÷요구자본)은 KDB생명 8.4%, IBK연금보험 -3.0%, 푸본현대생명 -26.1% 등으로 경과조치가 없었다면 비상감시 단계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경과조치 후 기준으로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을 따져도 각각 12.3%, 45.6%, 88.3% 등이다. 같은 기준에서는 대부분의 중형사가 100%를 크게 웃돈다.

만약 자본적정성 평가에서 기준 미달로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되면 금융감독당국은 자본금 증액이나 신규업무 진출 제한 등의 조치를 진행하게 된다.

연금보험 판매만 가능한 IBK연금보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다. 자본적정성을 높이려면 손익에 도움이 되는 제3보험 판매 라이센스를 획득해야 한다. 하지만 자본적정성 평가등급 자체가 높을 수 없으니, 신규업무 진출에 엄두를 내기 어렵다.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으로 5000억원 가까운 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않는 한 권고기준을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회사의 증자 등을 통해 새로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것보다 다른 보험사를 인수 후 합병하는 방식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푸본현대생명과 KDB생명의 경우 누적적자 상태다. 기본자본 포함요소인 순자산 내 이익잉여금 결손이 각각 3211억원, 1170억원에 이른다.

평가액이지만 기본자본 내 순자산 구성항목인 기타포괄손익누계액도 상당하다. 푸본현대생명과 KDB생명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4585억원, -5120억원으로 순자산을 갉아먹고 있다.

하지만 KDB생명, IBK연금보험, 푸본현대생명의 경과조치 후 킥스비율은 각각 117.5%, 202.4%, 192.5%으로 모두 적기시정조치 대상에서 제외된다. 경과조치가 보험사 자본건전성에 착시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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