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보험업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자본적정성 이슈를 1번 주제로 들고 나오면서 보험업계가 술렁인다. 이후 열린 금융감독원의 업무설명회에서도 경영실태평가 항목의 정교화, 기본자본 관리체계 마련이 언급됐다.
이달 보험개혁회의에서는 지급여력비율처럼 일종의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이하 기본자본비율)의 기준을 도입하는 방식의 언급도 예상되고 있다. 은행으로 치면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함께 관리 대상이 되는 기본자본비율이나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준한다.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보통주자본을 뜻하는 CET1 비율에 대한 금감원의 권고치는 12%다. 우리금융지주가 권고치를 밑돌 가능성으로 동양·ABL생명 인수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처럼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위해 손실흡수성이 높은 자본을 축적하라는 감독당국의 요구는 일목요연하다.
반면 보험사의 기본자본에 대해선 모호할 뿐더러, 이로 인한 보험업계의 위기의식도 바닥에 가깝다. 결국 매년 수조원에 이르는 후순위채 발행으로 겨우 규제비율을 준수하거나, 경과조치 신청으로 연명하면서 기본자본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보험사 역시 기본자본비율이 경영실태평가 내 자본적정성 평가항목에 포함돼 있다. RWA에 대비되는 요구자본을 기본자본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다. 하지만 CET1처럼 준수해야 할 기준치나 의무는 없다. 이렇다보니 손실흡수성이 떨어지는 보완자본이 당장 눈앞에 지켜야 할 킥스비율의 해결책이 돼왔다.
이러한 점에서 기본자본에 대한 관리체계 도입 논의는 놀랄만한 변화가 아니다. 보완자본의 구성요소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보험계약마진·CSM)과 5년차에 갚아야 할 옵션이 붙은 대출(후순위채권) 등이다.
무엇보다 감독당국 입장에서 최근 몇년간 보험사의 후순위채 발행액이 조단위로 늘어나는 상황을 용인하긴 어렵다. 이렇게 쓴 대규모 이자비용은 결국 기본자본을 갉아먹는다. 눈에 드러나는 킥스비율은 개선될지언정 자본의 품질은 떨어뜨리는 행위다.
임기 말을 앞둔 이 원장의 기본자본에 대한 요구는 일관적이다. 새 국제보험회계(IFRS17)가 도입되기 바로 직전해인 지난 2022년 보험업권 CEO 간담회에서도 그는 “자본 확충 시 유상증자를 통한 기본자본 확충을 우선 고려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기본자본에 대한 요구는 자본력이 취약한 보험사 대주주에 압박이 된다. 전문가들이 “당장 기본자본을 늘릴 방법은 없다”라고 말하는 것도 결국 해결책은 증자뿐이기 때문이다.
요구자본을 기본자본만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는 그동안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판매한 보험상품에서 비롯될 위기를 직접 책임질 수 있느냐로도 볼 수 있다. 현재 부실 또는 부실위기에 처한 보험사는 공통적으로 기본자본비율이 바닥을 보인다. 기본자본비율이 낮은 회사가 “대주주가 보험업의 건전한 운영보다는 투입 자본 대비 이익으로만 판단해왔다”라는 비판을 받는 배경이다.
제도가 바뀐다고 망하는 회사가 나와서는 안 되지만 회계제도 도입 이후 물렁하게 지나온 지난 2년간 자본력이 약한 보험사일수록 시장 지위가 수직 하락했다는 점을 되돌아봐야 한다. 당국의 자본관리 체계 논의가 보험산업의 건전한 성장에 경종을 울릴 ‘매운 맛’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