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쏠림·단타 우려
폐지론 연일 강조하지만
학계 "이 원장 근거 빈약"
2024년 6월 4일 11:13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연신 불을 붙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쏘아 올린 폐지론에 이 원장이 총대를 멘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이 원장의 금투세 폐지 주장이 증시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우려한다.
지난달 31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투세 관련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금투세가 시행되면 해외주식 쏠림이 심화하고 장기투자 대신 단기매매가 촉발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투세 관련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금투세를 둘러싼 그의 주장 수위는 시간이 거듭될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원장이 금투세에 관한 첫 입장을 꺼낸 건 지난 4월 25일이었다.
당시 그는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 자리에서 "금투세 제도를 수년 전 설계할 때는 나름의 합리성이 있었다"면서도 "지금 와서 다양한 자본시장 환경의 변화를 고려할 때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간 금투세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공표해 온 이 원장은 지난주를 기점으로 금투세 폐지론에 방아쇠를 당겼다.
지난달 28일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 세미나에서는 "과거 기준대로 (금투세) 시행을 강행하면 1400만 개인투자자의 우려와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이 원장의 견해에 근거가 빈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생각보다 정교한 투자를 하는 '큰손'들은 국가별로 분배한 포트폴리오를 크게 바꾸지 않는다"며 "미국 시장으로 약간 옮길 순 있으나 대거 이동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 원장의 단기매매 쏠림 주장에 대해서도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에서 5000만원(과세 기준)이 넘는다고 투자를 끝낸다는 투자자가 있겠냐"며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낼 수 있다면 초과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더라도 총 이익은 훨씬 커진다"고 했다.
서준식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도 "금투세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으로 크게 가진 않을 것"이라며 "금투세가 아닌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 즉 수익률의 문제 때문에 미국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갑론을박에 빠진 금투세 논란이 증시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통령·금감원장 등 국회 합의에 대한 법적 권한이 없는 이들이 폐지론을 내세우며 시장 예측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건 유효한 원칙이므로 언젠가 금투세를 시행해야 하는데 언제 도입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빠지게 됐다"며 "투자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악재보다 주식의 불확실성"이라고 했다.
금투세를 시행하더라도 미흡한 지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나오고 있다.
김우철 교수는 "금투세를 이대로 강행하는 건 반대"라며 "무엇보다 증권거래세 폐지를 전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실명제나 실시간 이익 계산 시스템이 없었던 과거엔 부득이하게 거래세로 세금을 매겼지만 오늘날에는 거래세가 부적절하다는 맥락이다.
이어 "소득이 낮은 사람이 장기투자를 할 경우 세금을 감면해 주거나, 손실분에 대한 과세를 공제해 주는 기간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준식 교수는 "금투세를 시행하되 최고세율이 49.5%에 달하는 배당소득세를 낮춰 선진국 체제와 비슷하게 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단타가 걱정된다면 1년 이내 얻은 단기 수익에 대해선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종합과세를 고려할 수 있다"며 "미국은 단기매매에 대해 그런 식으로 페널티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