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3달, 자율공시 ‘DB하이텍’ 유일
금융권 사례로 볼 때, 대기업 나서야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공시에서 비금융권 상장사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밸류업 공시(안내·자율)를 한 상장사는 총 19개사로 집계됐다. 이 중 예고공시를 제외한 순수 밸류업 진행계획을 밝힌 상장사는 8개사에 그친다.
이마저도 금융권에 집중돼 있다. 밸류업 자율공시를 한 상장사 8곳 중 비금융권 업종은 반도체 제조기업인 DB하이텍이 유일하다.
지난 5월 27일 KB금융이 안내공시를 통해 밸류업 공시 시작을 알렸지만, 정확히 3개월이 지난 현재 금융권을 제외하면 사실상 밸류업 공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을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주요 대기업 중 LG전자와 KT&G 정도가 밸류업 안내공시를 했을 뿐 나머지 대기업의 밸류업 계획은 안갯속에 숨어 있다.
업계는 금융권의 밸류업 공시 사례를 교훈 삼아 산업별 대표회사들이 앞장서 밸류업 공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금융권의 경우 4대 지주사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밸류업 공시가 이뤄지면서 추후 증권, 보험 등 전 금융권으로 밸류업 공시 참여 분위기가 확대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의 사례를 보듯 산업군을 대표하는 기업이 공시에 나서면 해당 산업에서 비슷한 흐름이 형성된다”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이 각 산업군을 대표하는 기업이 밸류업 공시에 나서면 밸류업 분위기가 금융권 외 산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기업입장에서 밸류업 공시는 강제성이 없는 선택사항이다. 기업 유인책으로 제시한 밸류업 세제 개편안은 추후 국회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어 전반적으로 관망하는 분위기다.
결국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에 자발적으로 나설 확실한 세제 혜택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영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밸류업 세제 혜택 확정에 난항이 예상된다”면서도 “야당도 주식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대명제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만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법인세 세액공제보다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와 가업상속공제의 확대가 중요하다”며 “이러한 부분은 지배주주 입장에서 보다 큰 인센티브로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찾아 재차 밸류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 대표는 증시 밸류업을 위해 여당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세제개편이며, 기업 승계 상속세 문제를 비롯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추진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