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2일간 거래 80%가 미래·삼성에
8개 ETF는 100억 미만…양극화 우려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출범 초기, 대형사 ETF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밸류업 ETF 12종(패시브 9종, 액티브 3종)을 시장에 동시 상장했다. 총 12개 운용사가 참여했으며, 초기 순자산(AUM)은 약 5000억원 수준이다.
앞서 운용업계는 밸류업 ETF 출범에 대해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밸류업 ETF 상장 전,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ETF의 취지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모두 다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다는 것에는 비관적”이라며 “특히 패시브형의 경우 편입 종목의 비중만 조금씩 다르고 나머지는 모두 같기 때문에, 대형 운용사로 자금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4일과 5일 양일 동안 12개 밸류업 ETF의 거래금액은 32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미래에셋운용의 ‘TIGER 코리아밸류업’과 삼성운용의 ‘KODEX 코리아밸류업(이하 생략)’에 각각 1502억원(45.8%), 1145억원(34.9%)이 거래됐다. 두 상품의 거래 규모가 전체의 80%를 넘었다.
이외에 삼성액티브운용의 액티브 ETF인 KoAct와 키움투자운용의 KOSEF가 양일간 각각 200억원(6.1%), 179억원(5.4%)의 거래량을 기록했고, 나머지 8개 ETF는 모두 100억원을 밑돌았다.
중소운용사들은 상품 차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대형사 ETF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은 투자자에게 인기가 많은 월배당 상품으로 밸류업 ETF를 내놨다. 추가로 미래에셋운용은 KB운용과 동일한 업계 최저수준 보수율(0.008%)을 책정했다. 패시브 환경 속 투자자가 선호하는 지점에서 경쟁력을 갖춘 모습이다.
현 상태가 유지되면 양극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통상 ETF 매매의 경우 거래량이 많고, AUM이 높을수록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수율과 수익률에서 큰 차이가 없는 패시브형 ETF의 경우 거래량과 AUM이 투자 시 주요 참고 사항이 될 수 있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패시브 ETF는 수익률에서도 소숫점에 불과한 격차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특별한 부분이 없다면 상장초기에는 거래량이나 AUM 등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한 ETF에 자금이 몰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전일 종가 기준 AUM이 가장 높은 밸류업 ETF는 TIGER로 2016억원 규모다.
뒤를 이어 △KODEX 1211억원 △ACE 322억원 △KoAct 298억원 △KOSEF·SOL·RISE 각각 197억원 △PLUS 148억원 △HANARO·TRUSTON 각각 98억원 △TIMEFOLIO 89억원 △1Q 79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