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새 AUM 2배 늘어나
“연금 투자 ETF 출시 주효”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3위 자리를 둔 경쟁이 치열하다.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급성장 덕분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투운용의 ETF 순자산(AUM)은 12조860억원이다. 연초 대비 6조1681억원 증가한 수치다.

연초 이후 AUM 성장률은 104.2%에 달한다. 동기간 국내 전체 ETF 시장 성장률이 37.1%인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지는 성장세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빅테크 △반도체 △밸류체인 △30년 국채 △월배당(커버드콜) 등 중장기 성장성이 높고, 투자자들이 연금에서 투자할 만한 ETF를 선제적으로 출시한 것이 주효했다”라며 “특히 빅테크와 반도체 부문에서는 주요 피어 ETF 중에서 성과 1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는 트럼프 2.0 시대와 전쟁 등으로 변동성이 높은 한 해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자산 배분의 중요성이 매우 커질 것으로 보여 관련 ETF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투운용의 급성장에 오랜 기간 3위를 지켜온 KB자산운용은 쫓기는 신세다. 지난달 말 기준 KB운용의 ETF AUM은 12조5816억원으로 연초 대비 2조8593억원 증가했지만, 전체 ETF 성장세 대비 부진하면서 점유율(7.6%)은 연초 대비 0.4%포인트(p) 하락했다.

연초 4조원에 육박하던 3·4위 간 격차는 4956억원, 점유율도 0.3%p 차이까지 좁혀졌다. 한투운용이 이 같은 성장세를 계속한다면 내년에 3위 자리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앞서 KB운용은 지난 7월 브랜드명을 기존 ‘KBSTAR’에서 ‘RISE’로 변경하며 전략 개편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 ‘ARIRANG’에서 ‘PLUS’로 브랜드명을 변경한 한화자산운용도 비슷한 모습이다.

다만 성패를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브랜딩 이후 점유율 확대에 성공한 신한자산운용과 한투운용의 사례를 볼 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까지 약 2~3년가량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한편 업계는 내년에도 국내 ETF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 성장동력은 연금 계좌로부터의 자금 유입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퇴직연금 적립 규모가 400조원에 달하는 데 비해 투자자산의 비중은 주요 연금 선진국 대비 낮다”라며 “타겟데이트펀드(TDF)와 ETF 등이 퇴직연금 장기투자의 핵심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ETF 자금 유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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