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KB, 전략 구체성 뚜렷
한투, 글로벌 전략 두루뭉술
NH, 혁신적 사업 모델 부족
2025년 1월 6일 16:52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5년 새해를 맞아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연초마다 공개되는 신년사는 각 조직의 비전·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증권사 수장들은 올해에도 신년사를 통해 자사의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침체된 시장, 대내외적 불확실성 등을 타개할 묘수를 내놓기도 했다.
국내 10대 증권사 신년사에 담긴 내용을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봤다.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하나·신한투자·키움·대신증권의 신년사가 그 대상이다.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분석에서 제외됐다.
먼저 챗GPT에게 신년사 원문을 전부 읽게 한 뒤 어떤 증권사가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을 가장 잘 제시하는지 평가해 달라고 했다. 아울러 평가 기준을 함께 설명하고 인터넷 등 다른 출처는 절대 참고하지 않을 것을 주문했다.
챗GPT의 평가 기준은 △구체성(전략이 세부적이고 명확한지) △혁신성(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 혁신적 접근이 있는지) △실행 가능성(조직의 역량과 연계된 실행 계획이 포함돼 있는지) 등이었다.
미래에셋·KB, 구체성·혁신성·실행 가능성 모두 우수
챗GPT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챗GPT는 김미섭·허선호 각자대표의 신년사에 대해 “글로벌 자산 관리, 연금 중심 성장,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부문 신설 등 전략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며 “그룹의 미국 AI 법인인 웰스 스팟(Wealth Spot)과 연계해 다양한 AI 운용상품도 제공하겠다는 명확한 계획을 밝혔다”고 평가했다.
또한 “기존의 성과와 연결된 실현 가능한 목표(글로벌 세전이익 5000억원)를 설정했다”며 “쉐어칸(인도 증권사) 인수와 같은 구체적 성공 사례와 실행 기반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그다음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증권사는 KB증권이다.
김성현·이홍구 각자대표의 신년사에 대해 챗GPT는 “채권발행시장(DCM)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주식발행시장(ECM)에서 1위를 탈환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며 “연금 Biz(사업)를 ‘Next WM(자산관리)’의 핵심 비즈니스로 자리 잡게 하겠다는 비전은 기존 WM 자산 60조 달성의 연장선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게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생성형 AI 활용으로 개인화된 고객 상담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명확히 기술했다”며 “신흥국 시장에서는 디지털 기반의 Mass(대중) 고객과 자산관리 영업의 기반인 UHNW(초고액자산가) 고객을 유치한다는 구체적인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챗GPT, 구체성 떨어지는 신년사에 일침
챗GPT는 나머지 6개 증권사의 신년사에 대해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의 신년사에 대해 챗GPT는 “‘차별성’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지만 이를 실제로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구체적 로드맵이 부족했다”며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강조했으나 특정 시장이나 지역에 대한 전략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챗GPT는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의 신년사에 혁신적 요소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챗GPT는 “AI 활용에 대한 언급이 다른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하는 조직문화’를 강조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전정신을 고취하고 현실 안주를 극복할 것인지 설명이 부족했다”고 부연했다.
챗GPT는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의 신년사도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챗GPT는 “‘해외주식 시장에서 차별화된 손님(고객) 경험’과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이라는 목표는 명확히 언급했지만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론이 부족하다”고 했다. 해외 주식 시장에서 차별화를 이루기 위한 특정 상품·서비스·플랫폼 혁신 등 세부 계획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챗GPT는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의 취임사 겸 신년사에 대해 “금융사고(1300억원 운용 손실 사태) 이후 비상경영체제와 내부통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장기적 성장 전략이나 혁신적인 비전이 부족하다”며 “글로벌 시장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평했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신년사에 관해서는 “‘벤처 DNA’를 강조했음에도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내부 조직 문화 혁신이나 창의적 인재 확보 방안이 미비해 보인다”며 “AI가 언급됐지만, 이를 활용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거나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이 명확하지 않다”고 챗GPT는 밝혔다.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의 신년사의 경우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서의 방향성이 강조된 반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챗GPT는 종투사가 된 대신증권에 대해 “이를테면 기업금융에서 특정 산업이나 프로젝트를 어떻게 타겟팅할지, 자기자본을 활용해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지,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에서 차별화된 상품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등이 신년사에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