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친절한 설명으로 서학개미 사로잡아
업계 관행인 ‘투자의견·목표주가’ 없애
“결론 아닌 과정에 집중하는 자료 쓴다”

2025년 4월 11일 09:52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문가의 예측도 자주 빗나갑니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대응을 고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개인투자자분들이 이런 자신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작년 9월 남다른 포부와 함께 출발한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첫 공식 자료에서 ‘왜 미국 주식인가’를 증명했다. 개인투자자, 정확히는 ‘서학개미’를 타깃으로 한 자료였다. 국내 증권업에서의 첫 실험이었다.

PDF 기준으로 47페이지에 달하는 양인데도 술술 읽힌다. 좋은 기업의 기준·달러에 기반한 거시경제 구조 등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영곤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한 토스증권의 애널리스트들은 더욱 탁월한 자료를 만들고자 실리콘밸리를 방문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정보들은 혼돈의 경제 상황에서 투자자들을 붙들었다. 결과는 출범 6개월만에 150만 조회수 돌파로 나타났다.

1년여의 준비 끝에 리서치센터를 출범시킨 이영곤 센터장은 과거 한화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의 애널리스트로 오래 일했다. 한때 여의도로 상징되는 기성 증권가에 속했던 그는 토스증권이 위치한 강남에서 어떻게 차별화한 리서치로 투자자를 잡아당길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데이터를 위한 데이터 거부


- 토스증권의 리서치 발간의 전반적인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여의도에서 일할 때와 많이 다릅니까.

“글(리서치)을 쓰는 건 공통적인데요. 보통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개개인의 판단·주제 선정·섹터 분석 이런 게 명확하게 구분돼 있거든요. 저희는 센터 구성원이 같이 일을 합니다. (토스증권의 애널리스트는 그를 포함해 이지선·한상원 연구원 등 총 3명이다)

주제 선정부터 시장 이슈가 있을 때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지 등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개인이 놓칠 법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가 있고요. 다른 의견도 들으면서 제 생각도 다시 정리해 볼 수 있어요.”

센터에 소속된 2명의 콘텐츠 매니저 역시 기성 리서치센터엔 없는 역할이다. 이들은 철저히 개인투자자 관점에서 자료를 다듬는다. 센터 구성원 모두 그간의 리서치가 너무 불친절하고 어려운 내용을 많이 다뤘다는 데 공감한 까닭이다. 이 센터장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자료를 쓰던 것과 많이 다르다는 걸 체감했다고 한다.

“기관투자자나 전문투자자의 경우 애널리스트가 직접 찾아가 리서치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해를 돕습니다. 심지어 기관 분들도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니면 전문 용어를 잘 모르는 사례도 있어요. 하물며 개인투자자는 기본 지식이 없는 분들도 있어서 친절하게 전달하도록 신경을 많이 썼어요.

리서치 안에 어렵고 복잡한 차트들이 많잖아요. 차트만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이해가 잘 안 돼요. 저희는 차트를 위한 차트, 데이터를 위한 데이터를 쌓아놓고 ‘이걸 분석해서 보세요’ 하지 말자. 차트와 본문과의 연관성을 뚜렷하게 보여주자는 방향을 잡았어요.”


애널리스트, 족집게 아냐


- 개인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할 때 어려움도 있지 않을까요.

“기관들을 상대할 땐 타깃이 딱 정해져 있었어요. ‘우리가 관리해야 하는 대상과 관련 부분들을 잘 유지하면 된다’라는 게 있는데요. 개인을 상대할 땐 이들의 수많은 니즈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피드백도 (기관을 상대할 때보다) 더 다양할 뿐더러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되는 지점도 생기는데요. 정말 쉽고 이해가 많이 됐다는 피드백을 들으면 저희 전략이 통한 것 같아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PDF 형태의 리서치를 가공해 토스 앱에 게시(왼쪽)하고, 이에 대한 궁금증을 포착해 투자자와 상호작용(오른쪽)하고 있다. (자료=토스증권)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PDF 형태의 리서치를 가공해 토스 앱에 게시(왼쪽)하고, 이에 대한 궁금증을 포착해 투자자와 상호작용(오른쪽)하고 있다. (자료=토스증권)

- 리서치를 보니 좋은 기업에 대한 의견은 있는데, 주식투자에 부적합한 기업에 대한 의견은 아직 없던데요.

“저희가 기업금융이나 법인 세일즈를 안 하기 때문에 편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꼭 그게 ‘특정 기업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한다’는 거하고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요. ‘이런 기업은 좀 안 좋다’는 상황이 당연히 있을 거고 그런 경우엔 저희는 소신대로 이야기할 의향이 있습니다.”

- 토스증권 리서치엔 매수·매도의견, 목표주가가 없습니다. 다만 특정 종목에 대한 컨센서스(시장 예상치의 평균값)를 언급하고 거기에 토스증권의 생각을 넣으시더라고요.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제시하면 투자자분들이 그 가격에 집중해서 보시는 경우가 많아요. ‘이 주가가 몇만원까지 가겠구나, 그럼 무조건 사야 하는구나’. 하지만 리서치센터는 종목을 찍어 주는 족집게 강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개인투자자를 위해서라면 더더욱 아닙니다.

결론에 치우치기보다는 이 회사가 왜 좋고 왜 관심을 가져야 되는지 그 과정을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결국은 그렇게 해야 궁극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토스증권은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쓰지 않는 대신 컨센서스에 대한 토스증권의 생각을 밝힌다. (자료=토스증권)
토스증권은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쓰지 않는 대신 컨센서스에 대한 토스증권의 생각을 밝힌다. (자료=토스증권)

- 아이디어를 착안할 때도 과거 여의도에서 일할 때와 다르겠네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개인들이 이 시점에서 무엇을 궁금해할까, 어떤 걸 설명을 하면 도움이 될까를 먼저 생각해요. 과거에는 제 아이디어를 가지고 설명을 했거든요. 공급자 중심인 거죠.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들을 풀어 가지고 쓰는 게 우선이었어요. 그러니까 불친절한 거예요. 수요자가 어떻게 생각하든 공급자가 마음대로 하는 구조였던 거죠.”


그래도 미국 주식이다


그는 가장 공들인 리서치로 첫 자료 ‘왜 미국 주식인가’와 실리콘밸리 탐방기 ‘다녀왔습니다, 실리콘밸리’를 꼽았다.

그를 포함한 3명의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9월 20일 첫 자료를 낸 뒤, 그다음날인 21일 곧장 짐을 싸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엔비디아·테슬라·메타 등 거대 빅테크 전문가들에게 직접 투자 아이디어를 얻고 데스크 리서치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 실리콘밸리 관계자들은 협조적이었습니까.

“어렵죠. 주요 기업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들은 토스증권을 잘 모르잖아요. 그치만 미국 주식 거래 규모에 있어서는 저희가 그렇게 작지 않거든요. 관계자들과 접촉할 때 ‘우리 증권사에서 당신들 주식을 거래하는 규모가 이 정도다. 당신들은 우리 고객을 위해 정보를 알려 줘야 할 의무가 있다’ 이렇게 설명하면서 실제 거래 규모를 보여주니 그들의 눈빛이 달라졌죠.”

지난해 9월 토스증권 리서치센터가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모습. 애플의 가상현실 기기 비전프로(왼쪽)와 테슬라 자동차의 자율주행을 직접 체험했다. (사진=토스증권)
지난해 9월 토스증권 리서치센터가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모습. 애플의 가상현실 기기 비전프로(왼쪽)와 테슬라 자동차의 자율주행을 직접 체험했다. (사진=토스증권)

- 토스증권의 첫 리서치가 ‘왜 미국 주식인가’였습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글로벌 주식 시장이 출렁이고 있는데요. 그래도 미국 주식입니까.

“네, 여전히 미국 주식이라고 보고 있고요.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할 것 같아요. 미국이 패권을 갖고 있고 글로벌 주식 시장을 계속 이끌 것을 의심하지 않고 있거든요.”

그는 앞으로도 미국 주식 분석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센터 인원이 많지 않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 미국 주식을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저희가 개인투자자를 위해서 쉽고 전달력 있게 쓰지만, 그렇다고 내용의 깊이가 얕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리서치의 전문성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요. 더 나아가 기관투자자 등 전문가들이 봐도 충분히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리서치를 만들려고 합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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