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특성상 ‘신용’이 핵심인데
라임 사태부터 3천억 손실까지 경험
잦은 수장교체에 내부통제 보완 집중
“충분한 검증 거쳐야” 신중론 확산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2025년 8월 27일 11:33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발행어음업 인가를 두고 금융당국이 제시한 핵심 기준은 자기자본·내부통제·이해상충 방지체계 세 가지다.

자기자본은 정량적 평가 항목이다. 이에 내부통제가 인가 요건의 핵심 선정 기준이 돼야 한다는 신중론이 확산하면서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

지난 2019년 라임 사태부터 지난해 발생한 손실 사태까지 수년간 반복된 금융사고 탓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사고가 날 때마다 대표를 경질하는 초강수를 두며, 신뢰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발행어음업 인가에서 신한투자증권의 아킬레스건은 작년 10월 발생한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LP) 부서의 손실 사고다.

본지가 입수한 이 사건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법인선물옵션부 과장 조모씨·팀장 이모씨 등 2인이 투기 거래로 일으킨 손실액이 총 30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에 알려진 손실액 1300여억원의 2배를 크게 웃돈다.

<관련기사: 본지 2025년 7월 24일 보도, [단독] 투기 숨기고 손익 날조한 직원들…신한투자 해외ETF 손실은폐 전말>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지난해 관련 브리핑에서 “개인적인 문제는 당연하고 조직적인 문제도 굉장히 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허위로 문서를 작성하거나 손실을 은폐하는 등의 방법이 워낙 나빴기 때문에 개인적인 처벌은 굉장히 셀 것”이라며 “조직적인 문제점이 크기 때문에 (회사에 대해서도) 조치를 강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다. 현재 금감원은 해당 직원과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근 2년간 금융당국으로부터 신한투자증권이 받은 제재가 5건에 이른다는 점도 발행어음업 인가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함께 발행어음업 인가를 신청한 메리츠증권이나 삼성증권이 같은 기간 단 한 건의 제재도 받지 않았거나 2건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신한투자증권의 내부통제 실패는 일회성 사고가 아닌 조직 차원의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장 교체에도 불구하고 금융사고가 반복되는 현상이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앞서 김병철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했으나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라임펀드 사태로 취임 1년 만에 사퇴한 바 있다.

2020년 3월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이영창 전 대표는 공매도 제도를 악용해 시세를 조종한다는 의혹과 더불어, 금융위원회로부터 공매도 제한 위반이 적발된 까닭에 추가 연임에 실패했다. 김상태 직전 대표 역시 ETF LP 부서의 손실 사태로 퇴진하게 됐다.

<관련기사: 본지 2024년 12월 26일 보도, 신한증권 김상태 결국 교체…외부영입 CEO 3연속 낙마>

이에 대해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작년 ETF LP손실 이후 정상화TF를 통해 회사의 내부통제를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부서별 내부보안관도 파견됐고, 내부통제로 인한 금융사고가 발생 시 임원 성과급 삭감이 적용되는 제도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신한투자증권을 포함해 삼성증권·메리츠증권·하나증권·키움증권 등 5개사가 발행어음업 인가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번 심사 이후 종투사 인가 요건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증권사에 확산됐다.

같은 기간 종합투자계좌(IMA) 지정을 노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이와 동일한 인식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이번 심사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도 신한투자증권이 서둘러 인가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단, 발행어음은 투자자들이 증권사의 신용을 믿고 투자하는 상품이란 점에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증권사일수록 인가 레이스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발행어음업 안가는 개별 증권사의 이익보다는 시장 전체의 안정성 관점에서 재고돼야 한다”며 “각 증권사 역시 인가에 앞서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과 충분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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