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선진화 토론서 작심 발언
“GDP 7배 늘 때 코스피 3배 그쳐”
'경영권’ 부적절…“주주 홀대 심각”
2024년 9월 12일 14:0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유경 네덜란드 연기금(APG) 전무가 한국 증시에 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또는 저평가라고 말하기도 너무 부끄럽다”며 “현 시점에서 자본시장에서의 평가는 끝났다”고 작심 발언했다.
그는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지난 30년 간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가 7배 성장한 반면 코스피는 3배 성장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GDP가 성장한 만큼 코스피가 성장했다면 (코스피) 지수가 6000포인트가 넘었을 것”이라며 “일본과 대만은 GDP와 시장 지수가 비슷하게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무는 “우리나라 증시의 경우 업종도 다양한 데다 전통적인 산업과 신종 IT 산업이 잘 어우러져 시장 자체로는 굉장히 좋다”면서도 “국내 증시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그 수혜를 대만·인도 시장이 입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증시가 지닌 나쁜 이미지가 부정적 인식을 확산했다고 봤다.
박 전무는 “국내 증시가 던지는 이미지는 ‘주주에 대한 보호는 없는데 투자를 하려면 하셔라. 그리고 각자 고생을 하셔라’ 이런 거다”라며 주주 입장에서 보호 장치가 없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경영권’이라는 용어는 말이 안 된다”며 “경영을 하는 자는 의무와 책임을 가지지 권리는 없다. 권리를 갖는 유일한 존재는 주주”라고 역설했다.
소액주주 플랫폼 컨두잇의 이상목 대표는 “경영권이라는 말이 없어져야 한다는 말에 많이 공감했다”며 “우리나라에선 경영권이라는 게 의장의 주주총회 파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표했다.
아마르 길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 사무총장은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걸로 보이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혹평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도입이 시장의 룰로 확립돼야 한다”며 “이복현 금감원장도 관련 발언을 많이 하다가 최근엔 발언 횟수도 줄고 톤도 다운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의무 규정을 둔다 하더라도 기업·이사회·지배주주 등이 공감해 주지 않으면 시장이 안 움직일 수 있다”며 “기업들과 소통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번 토론회는 금융감독원·국민연금공단·한국거래소 등이 공동으로 개최했으며 이복현 금감원장·김태현 연금공단 이사장·김기경 거래소 부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