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건물의 위험성 방지하기 위해
분산투자하는 독일 사례 고려할 만
설명서에 손실범위 상세 기재해야
<편집자주> 해외 부동산펀드의 전액 손실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판매 증권사는 안전성을 강조하며 투자를 권유했지만 위험의 본질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펀드를 조성한 운용사가 부실하게 사업을 진행한 정황도 포착됐다. 대한금융신문은 부동산펀드의 판매 실태와 구조적 문제를 상세히 들여다보는 한편 이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해 본다.
‘한국투자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2호(벨기에 펀드)’의 전액 손실 사태로 부동산펀드의 결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펀드를 과거와 다르게 구조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해외 부동산펀드의 선진 사례를 참고하는 한편, 국내 실정에 적합한 제도 보완책을 마련해 투자자 보호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독일의 개방형 부동산펀드…분산투자로 리스크↓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정 건물의 개별 위험에 과도하게 노출된 투자 구조·갑작스런 유동성 위기 등을 부동산펀드의 주요 문제로 거론했다. 그는 독일의 ‘개방형 부동산펀드’가 부동산펀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개방형 부동산펀드란 투자자라면 누구든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가입할 수 있고, 오피스·물류센터·호텔 등 여러 나라의 다양한 부동산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권 위원에 따르면 독일은 개방형 부동산펀드가 가장 발달한 나라인데 해당 시장 규모는 국내 부동산펀드 시장보다 60배가량 크다.
이에 대해 권 위원은 “부동산시장의 성과를 온전히 추종하는 가운데 개별 위험을 충분히 분산시켜 준다”며 “독일의 일반투자자는 부동산펀드를 통해 손쉽게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현할 수 있다”고 했다.
독일의 부동산펀드가 특정 자산에 쏠리지 않은 건 독일의 규제 체계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본시장법에 해당하는 독일의 자본투자법 243조는 부동산펀드가 단일 부동산에 15% 이상 투자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최소 5%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야 하는 유동성 요건(253조), 보유 부동산 가치 대비 대출이 30%를 넘지 않도록 하는 레버리지 요건(254조) 등도 부동산펀드의 안정성을 확보해 준다.
그는 독일의 주요 개방형 부동산펀드에 대해 “모두 오랜 경험을 통해 상당한 운용 역량을 축적했으며 각각 100여개의 부동산에 분산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펀드는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적인 부동산 침체에도 수익을 거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울러 순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20% 이내로 낮게 관리되며, 환매 요청에 대비해 15% 내외의 유동성을 확보됐다는 것이 권 위원의 설명이다.
2025년 2월 4일 17:37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만 권 위원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개방형 부동산펀드를 오래전부터 발전시켜 왔다”며 “2008년 금융위기, 2016년 브렉시트, 2020년 코로나19 등 여러 위기를 겪으며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 손실 범위 명확히…관련 자료 투명 공개”
당장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부동산 금융 전문가인 윤현철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국내 투자자가 후순위가 되는 해외 부동산펀드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은 40~50% 이상의 원금 손실을 입는 경우가 다수”라며 “투자설명서 내에 투자 손실이 어느 범위일지 명시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감독원의 감독 체계에 한계가 존재한다며 ‘투자자들이 펀드에 대한 자료를 직접 열람해 확인토록 하는 제도’를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 변호사는 “펀드가 적절하게 판매·운영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자료 제공을 요청해도, 판매사·운용사는 자료제공에 응하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이 펀드 운영 상태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펀드의 주요 계약서(부동산 매입계약서·임대차계약서 등), 실사 보고서 등 주요 자료에 대해 투자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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