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거부’ 野 ‘강행’…대치전 팽팽
이복현, ‘거부권 반대’ 의사 재표명
“당국 수장, 정치적 발언 자제해야”

2025년 03월 18일 17:3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법 개정을 두고 여야가 대치 중인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사실상 찬성표를 던지며 정부 여당과 다른 의사를 표명했다.

이 원장은 18일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해 직을 걸고 반대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다시 뒤로 돌아가는 건 위험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자본시장 발전이라는 목적으로 가는 길에 멀고 안전한 포장도로가 있는 반면, 빨리 갈 수 있는 위험한 도로도 있다”며 “야당에 아쉬운 부분은 위험한 도로에 가려면 미리 가드를 설치하고 승객들에게 경고도 하는 등 준비가 필요한데 너무 빨리 악셀을 밟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법 개정을 강하게 반대해 온 재계에는 “위험한 도로 탓을 하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출발을 안 하려고 하신 게 아닌가 그런 아쉬움이 든다”고 지적했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 13일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의결됐다.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 원장은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 결정은 저로선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을 필두로 야당은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포기하는 대신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정부 여당과 재계는 기업 경영권 침해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현행 ‘기업’에서 ‘기업 및 주주’로 확대하고 △일정 자산 규모 이상 상장사의 전자 주주총회 개최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해부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상법 개정을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작년 2월과 6월에 상법 개정을 주제로 브리핑을 열고, 8월엔 상법 분야 학계 전문가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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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의 수위 높은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 원장이 여당과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열 사단의 막내인 이 원장이 이처럼 강력하게 (정부와 반대되는) 의사를 표명한 건 눈에 띈다”라며 “그저 금융당국 수장으로서의 입장인지, 정치적 메시지가 내포된 발언인지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이 원장에게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관련해선 의원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지적해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답변하면서 어떻게 직을 걸겠다는 표현을 그렇게 함부로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금감원장은 법을 직접 핸들링(지휘)하는 자리에 있지 않다. 그런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며 “금융위원장이 우선인가, 금융감독원장이 우선인가. 자리와 권한에 맞지 않는 경솔한 발언은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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