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그래픽=대한금융신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그래픽=대한금융신문).

2024년 04월 17일 17:3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윤석열 사단'의 막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참석하기로 예정돼 있던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불참했으며,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앞서 이 원장은 전날 금감원 임원 회의는 물론, 약속돼 있던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오찬 자리에도 사전고지 없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원장의 갑작스런 행보에 대해 일각에선 대통령실로부터 부름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 및 업계와 잦은 소통을 하며 얼굴을 내비쳐왔던 이 원장이 사전고지할 틈도 없이 무리하게 일정을 변경한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이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현재까지 핫하다. 지난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시작으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국정농단 수사 등 윤 대통령과 합을 맞춘 최초의 검사 출신 원장이라는 간판 때문이다.

취임 후 총선 직전까지 이 원장의 퍼포먼스를 보면 '높은 자리'를 염두에 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최근 은행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안 마련에 이어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 불법대출 관련 새마을금고 조사를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도 표심을 고려한 조치라는 평가다.

이 원장은 언론과 소통을 잘 하기로도 유명하다. 이 역시 지금까지의 금감원장들과는 다른 행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이 원장이 금융당국 실무 라인에 총선 후 현장 방문 행사 일정을 잡아달라고 주문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결과야 어떻든 (이 원장이) 총선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원장이 대통령실 법률수석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이 원장은 이에 대해 "내각 합류는 낭설"이라며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번 총선 결과 야권이 압승하면서 이 원장의 유임 가능성도 여전하다.

여당 주요 인사들이 사퇴를 표명하는 등 개각이 고려되는 가운데 섣부른 인사를 단행했다간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대내외 행사 및 기자들과의 간담회 등에서 이 원장의 입을 통해 나온 말도 줄곧 "임기를 채우겠다"였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현 자리를 유지하기만 해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라며 "인사야 어찌 됐건 원칙적이되 융통성 있게 정사를 돌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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